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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인도

(인도여행 7일차)바라나시에서 마지막날

aprendoalgo 2020. 4. 28. 10:52

바라나시에서 마지막 날이다.

 

원래는 인도 여행을 한 달을 예정으로 왔지만, 취직한 회사에서 연락이 와 일정을 대폭 줄였다.

 

앞으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와 미처 둘러보지 못한 뉴델리를 보고 한국으로 들어갈 듯하다.

 

무슨 축하할 일이 있나보다.

 

집 앞을 꽃과 장막으로 현란하게 장식해 두었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와서 북 치고 악기를 불었다.

 

간간히 화려한 복장을 입은 여성들이 왔다 갔다 했다.

 

아마도 결혼식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한동안 구경을 하다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오후 4시쯤에 바라나시 정션 역에서 기차가 있었다.

 

오후 2시쯤 출발하기로 계획하고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개인적으로 인도에 가서 남긴 동영상 중에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다.

 

마치 강아지의 오디세이 같다고나 할까..?

 

인도의 매력이 그냥 이렇게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재미있는 일상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거다.

 

어느덧 갈 시간이 돼서 툭툭을 잡았다.

 

바라나시로 들어올 때 구글맵에는 20~80루피가 나오는데 150루피를 주고 들어왔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그래도 최대한 싸게 가보려고 마음을 단단히 잡았다.

 

큰 거리로 나오니 툭툭 기사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

 

내가 대범하게 80루피에 바라나시 정션 역으로 가자고 하니, 모두들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그곳에 쉬고 있는 거의 모든 기사들과 흥정을 해 보았지만, 모두들 손사래를 쳤다.

 

결국 100루피로 합의를 보고 가기로 했다.

 

그래서 만나게 된 툭툭 기사님이 바로 사진에 보이는 할아버지이시다.

 

여기서 잠깐!

 

많은 사람들이, '에이 그거 얼마 안 하는데 불쌍한 사람들 그냥 도와주지 왜 자꾸 깎아요?'라고 물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맨 처음에는 흥정하는 게 싫기도 하고, 흥정이 어렵기도 하고, 또 얼마 안 하기 때문에 그냥 어느 정도에서 합의를 봤는데, 이번에 만난 일행들과 얘기를 해보니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맨 처음 바라나시로 들어올 때 툭툭 기사가 400루피를 불렀었다. 구글 맵에서 제시한 가격의 거진 10배 이상이 되는 가격이다.

 

왜 그 기사가 그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을까?

 

그렇게 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객들 중에서 흥정을 하지 않고 부르는 데로 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온 돈 많은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고 한다.)

 

자.... 그럼 400루피를 불러도 타는 사람들이 나오니까, 이제 툭툭 기사들은 가격을 높여 부르기 시작한다.

 

현지인이라면 20루피에 갈 수 있는 거리도 외국인만 보면 400루피를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들 만의 마지노선이 생겨서(일종의 담합처럼) 깎아도 150루피 이하로는 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아쉬운 관광객들만 현지인들에 비해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외국인들도 흥정을 하면 80 루피면 갔을 거리를 150을 내야 갈 수 있게 된다.

 

이게 우리 일행들 만의 뇌피셜이 아닌 게, 숙소에서 여행을 오래 하신 분과 대화를 하면서 팩트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나이 39의 거진 1년째 여행을 하고 계신 형님을 한 분 만났는데, 바라나시 만 3번째 방문하시는 거라고 했다.

 

15년 전에 1주일 그리고 5년 전에 3달을 머물렀다고 하셨다.

 

그분이 말씀하시는 게, 돌아올 때마다 물가가 상상 이상으로 치솟는다고 하셨다.

 

2배는 기본이요, 몇 배씩 오른다고 말씀하셨다.

 

(신기한 것은 발전? 한 것도 눈에 보인다고 한다. 예전에는 계단도 다 부서져 있고, 쓰레기 통도 없었다고......)

 

당연히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도 있겠지만, 그 인플레이션이 관광객 한정이라는 것이 바로 그 근거인 것 같다.

 

이번에도 중국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하나 더 쌓고 간다.

 

실제로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예전에는 일본인이 많았는데, 요즘과 근래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았고, 아마도 미래에는 중국인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 같다.

 

길이 꽤나 막혔지만, 기차 시간에 넉넉하게 역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설국열차의 꼬리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sleeping좌석을 골랐다.

 

사실 더 열악한 앉아서 가는 좌석도 있는데, 10시간이 넘는 여정이기 때문에 몸을 혹사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배낭여행을 와서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되면, 몸이 아파 앓아눕는 것은 시간문제다.

 

열차가 예정대로 도착해서 제시간에 탑승할 수 있었다.

 

열차에 올라 타자 마자, 바퀴벌레 두 마리가 샤샤샥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만 빼면 생각보다 열악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준수한 편이었다.

 

굉장히 시원한 느낌이 드는 객차였다.

 

다행히 창문이 모두 제대로 달려있었다. 종종 창문이 없거나 깨져있는 객차도 있는데, 밤에 찬 바람이 들어와 매우 춥다고 한다.

 

놀랍게도 객차에 있는 콘센트들이 정상으로 작동을 했다.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었다.

 

가방을 올리면 내가 누울 공간이 없기 때문에 분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래에 내버려두었다.

 

미리 준비해온 철사와 자물쇠로 꽁꽁 묶어두었다.

 

바닥에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들이 가방에 들어올까 봐 신경 쓰였다.

 

조금 기다리자 기차가 슬슬 출발을 했다.

 

정말 말 그대로 슬슬 출발을 했다. 왜냐하면 기차의 속도가 매우 느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머릿속에 있는 인도와 일치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철로가 그야말로 쓰레기로 뒤덮여있었다.

 

온갖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고, 들개와 소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이 것은 약과라는 것을.......

 

심각한 곳은 정말 심각하다. 글자 그대로 쓰레기로 뒤덮여 있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정말 웃긴 장면을 목격했다.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안 되어서 갑자기 곳곳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와 기차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기차를 따라잡고 그야말로 무임승차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

 

ㅋㅋㅋㅋㅋㅋㅋ 보면서 얼마나 웃기던지.

 

영화에서 보던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

시간이 지나자 기차에 꽤나 속도가 붙었다.

 

슬슬 해가 졌다.

 

그렇게 앉아서 풍경을 보고 있는데, 인도 경찰 두 명이 우리 객차로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는 좌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가 외국인인 것을 확인하고는 어떤 서류를 건네주었다.

 

그 서류는 이런 느낌의 문서였다.

 

<인도에서 기차 여행 시 주의사항>

 

1. 절대로 남이 주는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타인이 건네는 음식에 약물이 들어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2. 자신의 물과 음식을 항상 잘 보관하십시오. 자리를 비운 사이 물에 약을 타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3. 여권, 지갑, 돈, 배낭 등의 귀중품을 두고 다니지 마십시오. 분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4. 절도, 폭행 등의 사건이 발생할 시, 객차에 탑승하고 있는 경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오.

 

 

 

대략 이런 느낌의 3장짜리 문서였다.

 

주의 사항을 차분히 읽어보고, 사인을 했다.

 

이 순간이 인도 여행을 하면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

 

정말 저런 사고들이 발생하는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경찰이 건넨 문서를 읽고 나니, 주변에 있는 인도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 보였다.

 

특히, 밤이 되니 사람들의 검은 얼굴이 더욱 검고 어둡게 보여서 무서웠다.

 

무사히 타지마할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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