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도

(인도여행 1일차)뉴델리

aprendoalgo 2020. 4. 11. 21:21

아마 새벽 4시쯤 일어났을 거다.

 

여행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으로 그런 것은 아니고 비행기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비행기 시간이 오전 11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항공사는 에어인디아로 인도 국적기고, 가격은 왕복 직항으로 56만 원 정도였다.

 

인도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첫째, 비자.

 

우리나라 여권 파워가 상당해서 세계의 많은 국가들을 비자 없이 다닐 수 있지만, 인도는 예외이다.

 

나는 한달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에, 사전에 e-visa 30일짜리를 받았다.

 

비자를 받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인터넷을 통해 받는 e-visa, 직접 대사관에 가서 받는 비자, 그리고 공항에서 받는 도착비자.

 

그중 미리 비자를 받아 놓는 것이 편할 것 같아 e-visa를 선택했다.

 

둘째, 기차표 예매.

 

인도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땅덩이가 매우 큰 나라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하나의 대륙 같기도 하다.

 

(사막부터 시작해서, 고산지대, 열대우림 등 여러 지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로 상황이 많이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수단으로 발달한 것이 바로 기차이다.

 

하지만, 인도의 인구는 12억에 달하고, 이동수단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기간이 한달 내외로 짧다면 미리 기차표를 예매하고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비자받는 방법과 기차표 예매 방법은 인터넷을 살펴보면 좋은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아침 일찍 출발 한 덕에 여유롭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항공사는 인도 국적기인 에어인디아.

 

하지만, 탑승하자마자 인도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 좌석에는 해변에서 놀다 온 사람들이 앉았던 것처럼 적지 않은 모래가 묻어있었고, 좌석 이곳저곳은 사람의 손때가 가득했다.

 

마치 50년간 사람들의 손에 닳고 닳은 비행기를 타는 것만 같았다.

 

그간 많은 저가 항공기를 타 봤어도, 이렇게 시설이 낡아 있는 비행기는 처음이었다.

 

법률상 비행기, 선박 등은 해당 국적의 영토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하는데, 

 

비행기가 위치한 곳은 인천공항이었지만, 비행기 안은 분명 인도였다.

 

 

낡기는 했어도, 비닐 대신 종이를 사용하는 친환경적인 모습도 있었다.

 

 

 

그렇게 인도로 향하는 8시간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내 좌석은 비상구 바로 뒤의 창가였다. 

 

입구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앉는 것은 또 처음이었다.

 

내 옆좌석에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남성 두 분이 자리했다.

 

처음에는 나와 또래도 비슷하고, 복장도 비슷해서 나처럼 여행을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비행시간 내내 서류를 검토하고 노트북을 꺼내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출장을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류의 표지를 보니, 바이오 주로 유명한 'XX리온'이라고 적혀있었다.

 

옆좌석 사람들은 회사생활에 대해서 서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누가 누구랑 결혼을 했더라, 누가 일을 잘하더라, 누가 인성이 좋더라 나쁘더라 등등등.....

 

그러던 중 한 가지 깜짝 놀랄 얘기를 들었다.

 

선임으로 보이는 사람이, 후임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가서 찍은 사진 카톡 프사 절대로 하지 말고, 인스타그램도 비공개로 하던지 그래"

 

"내가 예전에 출장 왔을 때, 타지마할 사진 프사로 했다가 대가리 박아했어."

 

대가리 박아?????? 군대에서 얼차려 할 때 받는 그 대가리 박아????

 

이야기를 귀동냥하다가 정말 깜짝 놀랐다. 그 후임도 당황한 듯싶었다.

 

뒤이어 계속해서 그와 관련된 회사 내 부조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 유명한 기업에서도 저런 부조리가 있다니......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싶었다.

 

그렇게 그분들 이야기를 귀동냥하다 보니 어느새 인도에 다 달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델리의 대기는 심각했다.

 

미세먼지 300은 그냥 뛰어넘을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몇 해전 방문했던 베이징의 겨울보다 더 심한 것 같았다. 

 

옆사람들이 타지마할 보러 갈 때는 좀 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재빨리 입국 수속을 밟았다. 

 

다행히 큰 문제없이 입국할 수 있었다.

 

다만,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은 거의 1등이었는데, 짐을 찾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벌써 날이 어둑해져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받을 전화가 있어 한 달짜리 로밍을 해왔었다.

 

택시를 타기 전 부모님께 잘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다.

 

이제, 여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단계가 남아있었다. 

 

바로, 숙소로 이동하기!

 

특히, 택시 외에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을 때에 그 난이도는 더욱 상승한다.

 

어느 여행지를 가든지 여행자들이 가장 당하기 쉬운 바가지가 바로 택시 요금이다.

 

날이 많이 어두워졌고, 짐도 많이 무거웠다. 

 

그리고 사전에 인조이 인디아 가이드 북을 세 번 정도 읽으면서 필요한 사항과 주의 사항들을 숙지해 두었기 때문에 그냥 택시를 타기로 결심했다. (시내로 가는 공항철도가 있었지만, 택시 비용이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지 알고 있었기에 택시를 탔다.)

 

그냥 택시보다 비교적 안전한 프리페이드 택시를 탔고, 가이드 북과 숙소에서 말해준 가격보다 100루피가량 싸서 바로 탑승을 했다. (400루정도 지불했다.)

 

물론, 택시를 타러 가는 길에 3명의 호객꾼이 붙었지만, 모두 가볍게 무시해줬다.

 

 

가는 길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도로에 차가 가득했고, 40분을 이동했는데, 그중 30분 정도를 도로에서 기어 다니는 속도로 이동을 했다.

 

숙소가 위치한 빠하르 간즈에서 내려, 구글 맵을 보며 숙소를 찾아갔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날도 어두운데, 비까지....... 상황이 많이 안 좋았다. 빨리 숙소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숙소가 길 바로 옆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야밤에 비를 맞으며 숙소 근처를 3번가량 왔다 갔다 한 후에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 이름은 Sprinkler.

 

아고다였나, 호텔스 닷컴이었나? 아무튼, 값도 싸고 평점도 좋아서 이곳을 선택했다.

 

(나중에 다시 한번 델리를 방문하는데, 그때 묵었던 숙소가 더 좋았다.)

 

숙소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고, 그럭저럭 괜찮았다.

 

리셉션에서 보자마자 중국인이냐고 물었다.

 

당연한 질문이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동양인만 보면 중국인이냐고 묻는다.

 

기분 나빠할 것 없다. 아마도 사람들이 확률을 좋아하는 것 같다.

 

5천만 대한민국보다는 13억 중국을 찍어서 맞출 확률이 높으니깐 말이다.

 

 

씻고 자리에 누우니 밤 10시가 넘었었다.

 

인도의 전체적인 느낌은 동남아와 참 비슷했다.

 

거리나, 풍경, 소리, 냄새 등, 많은 면이 비슷했다.

 

사람들이 좀 더 까많고, 좀 더 많다는 것만 제외하면.

 

룸메이트들은 모두 인도 사람들이었다.

 

인도 사람들은 새벽 2 시건 3 시건, 전화가 오면 무조건 받는다.

 

그리고 큰 소리로 통화한다.

 

처음 겪었을 때는 정말 잠 다 깨고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미리 준비해 준 이어 플러그를 꼈다.

 

창 밖의 경적소리가 점점 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