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3일차)바라나시가 그렇게 대단해?(1)
인도에서 가장 요긴하게 쓴 물건을 꼽자면 침낭이다.
호스텔 이부자리가 더럽거나, 이렇게 기차나 버스를 탈 때 뭔가 찝찝하다면 침낭을 깔고 자면 된다.
인도 여행 후기를 읽어보면, 종종 기차의 유리창이 깨져있거나 닫히지가 않아 밤새 추위에 떨었다는 사연이 있는데, 다행히 내가 탄 기차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인도 여행을 가시는 분이라면, 경량 침낭 적극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인도여행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18,000원에 하나 샀습니다. 한국에서 사가지 못하더라도, 뉴델리 빠하르 간즈에 가면 500~1000루피 선에서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짐이 무거우니 가서 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네요.)
내릴 시간이 되서 일어나 보니 사람들이 많이 빠지고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뜨끈한 짜이를 마시고 있었다.
사람들이 내리고 간 자리에는 쓰레기와 과자 부스러기, 흘린 음식물이 가득했다.
새삼 우리나라와의 시민의식 차이를 느꼈다.
인도 기차는 연착이 매우 심하게 되는데, 이번 바라나시행 열차는 연착 없이 정시에 도착했다.
아침이라 정신이 없어서 멍 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유채 꽃 인지, 무슨 꽃 인지 모르겠는데, 지평선 가득 노란색 꽃이 피어있었다.
노란 꽃 밭 사이로 드문 드문 폐허가 된 집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이 보였다.
창 밖을 보며 인도 시골의 독특한 광경을 하나 보았는데, 바로 소똥을 말리는 것이다.
인도 시골은 주방에서 연료로 전기나 가스 대신 소똥을 사용한다.
그래서 소똥을 마치 접시처럼 빗어서 말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흡사 우리나라에서 가을에 추수가 끝나고 난 뒤에 볏짚을 쌓아 올려두는 것처럼
노란 꽃 밭 곳곳에 말린 소똥으로 쌓은 탑이 간간히 보였다.
아침이라 정신이 멍해 그 광경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창 밖을 보며 멍을 때리다 보니 바라나시역에 도착했다.
연착 없이 정시에 도착한 것이 신기했다.
열차에서 사람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역에서는 도착하고 출발하는 열차에 대한 방송이 끊임없이 나왔다.
인도 기차역은 방송하나는 기똥차게 크게 틀었다.
지금도 그 방송소리가 뇌리에 박혀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크게 다른 점은,
인도의 기차역 철도에는 쓰레기와 오물 그리고 동물들이 가득하다면,
러시아 기차역 철도에는 담배꽁초가 그야말로 눈처럼 하얗게 많았다.
그러고 보니 인도 사람들은 불을 붙여 피우는 담배 말고,
입술 아래에 넣는? 혹은 씹는담배를 많이 피웠다.
그 담배를 다 피우고 침을 찍하고 뱉는데, 시뻘건 피 같은 액체가 나왔다.
이 사실을 몰랐을 때, 주황색 모래 바닥에 시뻘건 색의 액체가 흐른 자국을 보고
어떤 유혈사태나 동물이 상처 입은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른 아침이지만 사람들이 많다.
맞다!! 바로 이 소리다!! "따딴~~~!!"하고 나오는 안내방송!
기차를 타는 플랫폼에서 여기 이 복도로 올라오는데도 사건이 있었다.
올라오는 길이 계단은 없고 오로지 에스컬레이터로 되어있었다.
한쪽은 올라가는 방향, 다른 한쪽은 내려가는 방향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있었다.
그런데 사람들 수가 많아 올라가는 방향 에스컬레이터에 줄이 생기자,
일부 사람들이 내려가는 방향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양손에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이런 광경은 인도에서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곳은 바라나시 정션 역 내부이다.
아침이라 사람이 적은 거지, 오전 10시만 돼도 바닥에까지 사람들이 앉아서 기다린다.
신기한 것은 외국인을 위한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설이 매우 좋아서 깜짝 놀랐다.
바라나시 정션 역에서 대기할 시간이 많은 분들은 외국인을 위한 대기장소를 이용해 보시길.
바라나시 시내로 어떻게 들어갈지 고민하기 위해 잠깐 이곳에 들려 쉬었다.
내부에 화장실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화장실 시설은 그닥이었다.
내가 갔을 때는, 나와 일본인 가족밖에 없었다.
일본인 가족은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 셋이었다.
애들이 일곱 살도 안돼 보였다.
분명, 인도는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기에
아이 셋을 데리고 여행하는 저 일본인들이 대단해 보였다.
여기서의 대단함은 정말 힘든 일을 해낸다는 관점에서의 대단함이다.
전혀 부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부모 자신의 생각 말고,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생각한다면 다른 곳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중에 커서 이곳을 여행한 경험을 저 아이들이 기억이나 할 런지......
아무튼, 가이드 북을 꺼내고,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바라나시 시내로 가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바라나시는 일정 구역까지만 차나, 툭툭이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무슨 사거리까지 가기로 정하고, 스마트폰으로 대략적인 가격을 알아보았다.
인도에서 툭툭을 타면 바가지를 당하기 십상인데,
적정한 가격을 알고 있다면 바가지를 덜 당할 수 있다.
바로 구글맵이나 그랩, 우버 앱을 이용해서 해당 거리의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다.
물론, 이 가격은 현지인들에게 적용되는 가격이다.
외국인이 이 가격으로 가고자 한다면, 아마 툭툭기사들과 실랑이 좀 해야 할 것이다.
구글맵으로 살펴보니, 적정 가격은 우버(차량)를 탔을 시 150루피, 툭툭의 경우에는 50~80루피 정도였다.
(정확한 기억은 안 난다)
역 밖으로 나가자마자, 툭툭 기사들이 들러붙었다.
한 사람이 400루피를 불렀다.(현지인 가격의 무려 8배다!)
원래 이런 식이다. 모른다면 당할 수밖에 없는 거다.
가볍게 무시하며 이동했다.
계속 쫒아오며 350루피, 300루피를 불렀다.
얼마를 원하냐고 묻길래 80루피라고 했다.
바로 떨어져 나갔다. 그 가격에는 아무도 안 간다고 말했다.
그 사람 말이 사실일까?
들러붙는 툭툭기사들에게 80루피에 가자고 말하자,
전부 손을 휘저으며 떨어져 나갔다. 얼마에 가자고 협상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인도에 온 지 3일밖에 안됬기 때문에, 협상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
결국 나중에는 내가 툭툭 기사들을 쫒아다니게되었다.
그러다 꽤나 젊은 툭툭 기사 하나를 만났는데, 150을 불렀다.
나는 100을 불렀다.
결국 130에 합의를 봤다.
드디어 인도의 대중적인 교통수단 툭툭을 탔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재미있었다.
도로 법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차선도 없었고, 도로에는 먼지가 가득 날렸다.
잽싸게 잘 피하고, 경적을 울리는 게 필수다.
갑자기 운전하는 사람들이 면허는 있는지 궁금해졌다.
왠지 인도 사람들 대부분이 운전을 배운다기보다, 경험하며 터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인들을 보면, 툭툭 하나에 4~5명씩 탑승을 했다.
아마도 저렇게 많이 타고 다니니까 가격이 싼 게 아닐까 싶었다.
아니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타도 다 합쳐서 50~80루피인 건가?
제대로 된 정가가 없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
어느덧 차가 진입할 수 없는 사거리에 도착했다.
툭툭에서 내려 동영상을 찍었다.
어떻게 보면 수도인 델리보다 더욱 복잡해 보였다.
이렇게 불규칙하게 도로 위를 다니는데, 사고 한번 안 나고 다니는 게 신기했다.
혼잡하고 카오스처럼 보여도, 그 안에 나름의 규칙이 있나 보다.
이제는 걸어 들어가야 했다.
갠지스강이 얼마 안 남았다.
어느 종교의 성지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직까지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바라나시를 찾는지 알지 못했다.